잘 지내셨나요. 서점 리스본입니다.
연남은 오늘 종일 비가 내일 모양입니다. 계신 곳은 어떤가요.
새벽에 일어나서 라디오 원고를 보내고 책 읽으러 나가려는 중인데
그 전에 잠깐 편지를 띄웁니다. 그냥, 그냥요.
저는 대부분 그냥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아요.
대부분 그 순간에 있고요.
며칠 전 <퍼펙트 데이즈> 영화를 보았다며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그러더라고요.
"누나 같은 사람이 나오는 영화구나."
그래서 또 그랬습니다.
"그러게 나 같은 사람인데 그 사람은 그렇게 살고, 나는 이렇게 사네."
루틴이 분명하고 단순한 삶을 성실하게 사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가는 곳마다 듣는 말은 "많이 바쁘시죠?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나요."라니
이러한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일까, 자주 갖는 질문입니다.
라디오 초보일 때는 맞추는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타겟층을 정해놓고 그들의 취향에 맞추는 일.
서점을 하면서도 그 반대를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서점 리스본의 색을 리스본답게 잘 내면 그 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거라 믿으면서요.
그런데도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는 것은 세심해지고 싶은 마음이지요.
섬세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해야할까.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걸 해보고 싶어요.
늘상 말도 안 되는 꿍꿍이가 많던 서점 리스본이었는데요, 한동안 뜸했다, 그쵸?
말 없이 지내는 사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있지 않았다면 좋았을 일이지만 있었기 때문에 잘 배워가며 통과하고 싶었던.
그 정도로 요약하면 될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요.
7월 1일에 서점인들 모임에 다녀왔어요. 강의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뭘 안다고 앞에 나서서 말하나,
뭘 했다고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지요. 자료를 준비하다보니 지난 2년간
해놓은 일이 없어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거기 모인 서른 명쯤 되는 서점인들이
다 저마다 고민이 많고 그 고민의 결들이 비슷해서 오히려 힘이 되었어요.
이런 가운데도 멈추지 않고 뭐든 해보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라는 에너지.
결국 사람이구나, 사랑을 품은 사람 했습니다.
얻어온 에너지로 7월을 시작했습니다.
'아름답다'라는 것. 정의하기는 어려워도 우리는 알지요.
그것은 심장으로 피부로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요.
동그랗게 눈을 뜨고, 팔짱을 끼고, 끄덕이고, 절레절레하고
그 모습들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눈에 선합니다.
<퍼펙트 데이즈>를 보면 단촐한 살림에 밤이 되면 스탠드 조명 하나를 켜놓고
책을 읽는 중년의 남자가 나옵니다. 어쩌면 초라한 삶일 수도 있는데
전혀 초라하지 않고 우아해서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불빛과 손에 잡히는 책 한 권, 그거면 밤이 좋고 충분한 사람도 있는 법이고
그게 아무래도 리스본 사람들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현실은 현실이라 아마 바쁜 월요일을 보내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바빠도요, 좋은 문장 하나 챙기는 오늘이면 좋겠어요.
문장이 쌓이고 쌓여 무엇이 되는지는 두고볼 일입니다만
아마 아름답고 좋은 것일 확률이 매우 높겠지요.
<퍼펙트 데이즈> 마지막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펑펑 울고 있습니다. 왜 우는가 하면
혼자 살아온 삶인데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서인 것 같아요.
그는 나무 아래 앉아서 빛이 만드는 그림자와 흔들림, 일렁거림을 보고 웃던 사람이었는데요,
그늘에 앉아 있어도 빛이 있고, 화장실 청소부가 되어 그림자처럼 사는 것 같아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 사람이고, 지금은 지금 그때는 그때라며
지금에 오롯이 머무는 사람이라서요,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준 누가 있어서
아마도 그래서 울었던 것 같습니다. 소박한 삶이라도 그 삶에 연결된
연결되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요.
우리들의 7월은 뜨겁게 타오를테고 폭우가 내리기도 하겠지만
좋고 적당한 연결이 여러분에게 있어 마냥 지치지는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우린 그럼 또.
2024. 7. 8. 월. 연남에서 서점,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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