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음악들 안녕하세요. 서점 리스본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을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스프라도 한 그릇 끓여 먹여서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따뜻한 것으로 채우고 나면 바깥 세상이 잠깐은 만만해지기도 하지 않나요.
서점은 잘 있습니다. 연남동의 나무들은 벌써 색이 변하고 있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경의선 숲길을 지나는데요, 집과 서점 중간쯤에 계수나무가 있습니다.
네. 달에 있다는 계수나무가 서점 가는 길에 있어요. 잎이 하트 모양으로 되어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잎의 색이 얼마나 변했나 바라봅니다. 노란 빛이 올라오고 시작했습니다. 계수나무의 가을을 기다리는 건 향기 떄문입니다. 옆에 서 있으면 솜사탕 냄새가 나거든요. 자신은 말라가면서, 곧 떨어질 거면서 향기를 내는 나무의 마음을 생각하곤 합니다. 마지막까지 아름다울 사람으로 나는 살아가고 있을까 하면서요.
오랜만의 편지에는 여름에 대한 안녕을 담았습니다. 플레이리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잘혜준님이 한 달 전에 보내주셨는데 정서점이 게으름 부리다가 이제야 발송하게 되었습니다만, 떠나간 여름을 기억하며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 뒤늦은 편지를 띄웁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테마로 하여 음악들을 골라주었어요. 같이 만나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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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처서의 큐 사인을 받자마자 창밖에서 그야말로 ‘찬’ 느낌의 바람이 떠나가는 여름의 옷자락처럼 펄럭이며 들어오고야 말다니, 조상님의 데이터베이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요.
여름을 좋아합니다. 덥고 습하지만 뭔가 신나는 계절. 하지만 2022년 여름은 너무 덥고 비도 많이 오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했던 계절이었어요.
이대로 헤어질 순 없는데-
몇 년 전 서점 리스본에 놀러갔을 때 정서점님께서 무심하게 추천해주신 덕에 저의 여름 책이 되어버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다시 읽어보며 남의 추억을 내 추억삼아 사라지는 여름에게 작별 인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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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건이나 굉장한 로맨스는 없지만, 알 수 없는 산속 동네의 풍경과 그곳으로 가는 느린 기차, 그리고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는 건축가들의 연필 깎는 모습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건축가. 건축가 너무 멋지지 않나요? 꽤 오래 동경해오고 있는 직업군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야망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건축사무소 실장님들 아니고 정말 조용히, 중요한 것을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를 무척 좋아했었어요. 사실 내용보다도 그 이탈리아 시골동네와 그곳에서 타고 다니는 예쁜 차들, 아무데서나 하는 수영,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아름다움을 좋아해서 다른 일 할 때 액자에 걸어놓은 그림처럼 그냥 틀어놓은 적도 많았습니다. 저에겐 이 책도 조금은 그런 느낌. 선풍기를 틀어놓고 앉아서 설렁설렁 구경하듯 읽는 책.
점점 희미해지는 여름이 아쉽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듯 스르륵 읽으며 조금만 더 여름의 끝을 잡아볼게요. 그리고 해가 지면 밖으로 나가, 지금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여름과 가을의 이 경계를 산책합니다. 오늘 저의 리스트와 함께 걸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1.Goodbye to yesterday – Tom Bail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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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뮤지션. 이 곡은 2021년 발매된 동명의 정규앨범(9곡)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6만 유튜버이십니다. 유튜브 주제는 backing track인데요, 여러 가지 조성과 진행으로 구성한 연습용 음원인 것 같더라고요. 틀어놓고 솔로도 연습하고 진행도 연습해보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2016년에 첫 앨범이 기록되어 있고 그 이후로 작년까지 꾸준히 오리지널 곡을 발표하시면서 유튜브도 탄탄하게 운영하시는 모습이 요즘의 뮤지션으로서 훌륭한 본보기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차분하고 조용한 인트로가 첫곡으로 잘 어울릴 것 같아 선곡했습니다. 하지만 전 인트로 다음부터가 정말 좋아요. 목소리도 멋지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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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est of me – Joanna Seren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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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The voice 시즌18의 Top9이시군요. 경연영상을 찾아봤는데 전 이 노래의 Joanna가 훨씬 좋네요. 목소리가 좋다고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 말은 쓰지 말까봐요. 높이 올라가는 음보다, 이리저리 꺾는 기술보다, 저는 목소리가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의 리스트는 그런 저의 취향 100퍼센트 반영입니다. 인스타 계정을 방문해보시면 집에서 피아노나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신 영상도 둘러볼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joannaserenko/
3.Crazy he calls me – Conor Albert, Alice A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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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리메이크 곡이고, 원곡은 Bob Russell, Carl Sigman 작사 작곡, 1958년에 발표한 Billie Holiday의 Lover Man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Albert씨가 프로듀싱, Auer 씨가 노래하셨습니다. 두 분 다 영국인 싱어송라이터. 원곡은 크리스마스에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노래의 주인공.. 괜찮은 걸까요. 사랑에 미치는 것, 저도 정말 좋아하지만, 글쎄요. 산을 옮기는 거, 아니 그쪽은 그래도 괜찮은 건가. 그가 원하면 불을 뚫고 가겠다니.. 내가 불을 뚫고 가길 원하는 사람은 피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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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곡입니다.
4.Nothing – Bruno Maj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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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아침 알람곡입니다. 설정해 놓은지 꽤 되었지만 아직 안 질렸어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산을 옮기는 것보다는 이쪽. 사실 이번 리스트에 없었는데 방금 3번곡에 대해 쓰다가 불현 듯 생각이 나서 끼워 넣었습니다. 어, 그런데 작사는 Realee Nikole님이시네요. 여성분이십니다. bruno major같은 남자 좋아! 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5.Best part (BBC Maida Vale Session) - Jordan Rake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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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리메이크곡입니다. 원곡은 daniel seasor. H.E.R가 함께 가창하셨습니다. 피아노 레슨생에게 간단한 코드진행으로 한 곡 연주해보게 하려고 찾은 버전이 지금들으시는 버전입니다. 피아노 쳐보실래요? 제가 학생에게 그려준 악보를 첨부합니다. 코드 보실 수 있는 분들은 반주하면서 노래를 불러봐 주세요. (손으로 빨리 적는 용의 표기라서 아래 별표에 제대로 된 코드네임과 음도 적어두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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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songs 는 전 세계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는 여성 뮤지션 Marie Dahlstrom, Emily Browning, The Naked Eye& Dani Murcia가 모여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 2018년에 LA이에서 Maddie Jay와 함께 곡작업을 해(6일동안 4곡 작업했다는데 너무 재밌었을 것 같아요!) 12월 6곡 수록된 EP ‘Los Angeles’를 발표합니다. 그 앨범에 실린 Goodbye. 저는 이분들이 각자 자기 집에서 합주한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그 영상 인상적이었어요. 베이스가 인트로를 연주하면서 곡 초반부까지 나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이런 환상의 하모니 속에 껴서 한 줄 불러보고 싶어집니다.
7.Riverside – Land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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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2019년에 발표되었고 이후 2020년에 ‘feathers’라는 곡을 발표하는데 그게 전부입니다. 이 분에 대한 정보도 저는 찾을 수가 없네요. 그런 점이 또 너무 좋기도 하고요. 인스타에 ‘다음주에 신곡 feather가 나온다’는 글을 올리며 마지막에 ‘Stay safe and wash ya hands.’라고 귀엽게 써두셨습니다.
8.Get it right – Haj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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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첫 곡을 발표한 노르웨이 팀입니다. 2017년에 정규 1집, 그리고 지금 들으시는 get it right가 수록된 정규 2집이 2019년에 발표되었는데요, 그 이후엔 음원이 없네요. 계속 음악 만들어서 또 어딘가에서 우연히 발견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이기적일까요. 계속 음악 만들어 주세요 열심히 찾아 들을게요! 라고 생각해도 사실 음악만들면서 사는 건 녹록치 않을 건데요. 뮤지션 여러분 응원합니다!
9.Icarus – Aaron Tayl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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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출신 Aaron Taylor 의 2020년 9월에 발매된 데뷔앨범 ‘Icarus’에 실려있는 동명의 곡입니다. 쓰고 있는 곡이 쌓여서 ‘내가 직접 불러 세상에 내보내는 수밖에’같은 생각으로 시작한 작업물 중 ‘Lesson learnt’라는 곡이 애플 광고에 실려서 혼자하는 작업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저라도 자신감 많이 생길 것 같은 꿈의 에피소드! 저는 이 곡의 현 편곡이 아름다워서 좋아합니다.
10. King Street – Eleni Dra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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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였나 네이버 카페였나. 영국음악 듣는 곳에 가입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어쩐지 멋있는데다가 쉽게 들을 수 없다는 이미지가 당시 저에겐 있었기 때문. 오늘 영국 뮤지션들을 계속 소개하다 보니 그게 생각나네요. 네 맞습니다. 런던분이십니다.
유튜브에 방문해보니 오늘 들으신 king street의 발코니 라이브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라이브 영상이 있는데 좋네요.
https://www.youtube.com/user/EleniDrake/videos
11.Leggera – Joe Barbi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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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싱어송라이터. 1974년에 태어나셔서 꽤 오래전부터 활동하셨는데 들으시는 Leggera라는 곡은 2004년에 발표된 ‘In parole provere’라는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재즈 포함 앨범이 좀 있는데 전 이 앨범이 제일 좋더라고요! 이런 느끼한 남자보컬 좋아하시는 분들(저 포함) 이 앨범 추천합니다.
12. Autumn in new york – Hilary Gardn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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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눈앞에. 여러분이 계신 그곳이 인생최고의 가을날이 되길 바라며 어텀 인 뉴욕, 어텀 인 연남, 어텀 인 고양을 담아 들려드립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드라마 ‘wormwood’를 보셨나요. 이 보컬분은 거기에서 노래를 하셨다고 하네요. (뭔지 먼저 보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여섯 편이나 있고 무서워 보여서 그러지 못했어요..) 그리고 글도 쓰시고, 팟캐스트 진행자임과 동시에 도자기도 만드시나봐요. 재미있게 사시는 분 같아서 음악에 더 마음이 갑니다.
13.Peace of mind – Walk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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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첫 음원이 나왔네요. 들으시는 곡은 2019년 발표된 ‘My own best friend’의 수록곡. 15살 즈음부터 기타를 치면서 음악을 하셨대요. 지금은 시카고에서 곡 쓰고 음악을 가르치면서 사신다는데... 지구촌 어디나 뮤지션의 삶은 비슷한 걸까요. 이렇게 몇십만 재생수를 가지고 있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분은 가르치는 게 좋아서 가르치시는 걸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참고로 저는 억지로 하고 있습니다요!!!
14.Thank you – Maya Delila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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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Slow things down - f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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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혜준의 플레이 리스트 만끽하셨나요. 여러분의 여름은 어떤 단어들로 마무리되었을까 궁금합니다. 서점에게는 몹시도 뜨거운 여름이었는데요 :)
유튜브,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는 오늘 오후에 오픈됩니다. 산책길하며 이어서 들어주세요.
가을부터 리스본 편지는 약간의 개편을 통해 발송될 예정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실 수 있도록 만들어볼게요.
잠깐이라도 산책을 즐길 여유, 책을 펼쳐보는 마음이
가을 내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빌면서 오늘은 이만.
사랑과 우정, 존경을 전하며
2022년 9월 27일 서점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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